팬데믹 시기 대규모 이민, 캐나다 경제의 균열 가렸나
캐나다 경제가 최근 두 분기 연속 위축되며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이민이 그동안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ark Carney 총리는 최근 자신의 정부가 추진한 이민 축소 정책이 캐나다 경제가 지난 두 분기 동안 둔화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니 총리는 경제 위축과 관련해 ‘경기침체(recession)’라는 표현은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 역시 다른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을 전형적인 경기침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수년간 지속된 높은 이민자 유입이 캐나다 경제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가려왔다고 주장한다.
보수당 이민 담당 비평가인 Michelle Rempel Garner 의원은 지난 화요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저숙련 임시 외국인 노동자의 대규모 유입이 구조적 경제 문제를 가리는 동시에 오히려 이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니 총리는 “인구 증가율 둔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를 계산해 보면 알 수 있다”며 “현재 우리는 보다 강하고 회복력 있으며 독립적인 경제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구 증가가 GDP 떠받쳤지만 체감경기는 악화
Nathan Janzen, RBC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이러한 수치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높은 이민 유입에 따른 인구 증가가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가계 경제 상황은 그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잔젠은 “대규모 이민 유입이 전체 GDP 성장과 총고용 증가를 떠받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동시에 실업률 상승과 고금리 등 다른 중요한 경제적 요인들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당시 Bank of Canada는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실제로 캐나다 인구는 2022년 2.4%, 2023년 3.1%, 2024년 2.21% 증가했다. 이는 영주권자와 임시 거주자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팬데믹 이전 수년간 캐나다의 연간 인구 증가율은 약 1% 수준에 머물렀다.
잔젠은 2023년과 2024년 캐나다의 전체 GDP 성장률은 양호해 보였지만, 개인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크게 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1인당 GDP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실업률은 크게 상승했다”며 “역사적으로 이런 현상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경제가 비교적 견고해 보였지만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경기침체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현재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 감소에도 개인 경제지표는 개선 조짐
잔젠은 최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인 경제 상황과 관련된 지표들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며 “전체 경제지표는 여전히 약하지만 개인 수준에서는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정부는 영주권자와 임시 체류자 수를 모두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해 영주권자 수용 목표를 38만 명으로 설정했으며, 이를 2028년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임시 외국인 노동자는 23만 명, 유학생은 15만5000명을 수용할 예정이며 이후 2년간 목표치를 소폭 추가 감축할 방침이다.
이는 2024년 발표된 이민 계획과 비교하면 상당한 축소다. 당시 정부는 2026년까지 신규 영주권자 5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었으며, 임시 체류자에 대한 별도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었다.
인구 증가 멈추자 노동력 부족 우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인구 증가가 사실상 정체 상태를 기록했다. 초기 자료를 보면 2026년 1분기에는 전체 인구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잔젠은 소비지출이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 수 자체가 줄어들면 전체 GDP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민자들이 평균적으로 캐나다 출생 인구보다 젊다는 점을 들어 향후 노동력 부족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가 공동 집필한 최근 RB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에서는 매달 약 2만 5500명이 은퇴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이다.
출생률 하락과 이민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캐나다 노동시장은 점차 규모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잔젠은 “앞으로는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상황에서도 과거보다 낮은 성장률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며 “GDP 성장률뿐 아니라 전체 고용 증가율 역시 예전보다 약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러한 변화의 단기적인 효과로 청년 실업률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4.3%를 기록했는데,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서 젊은 층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