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역에서 결혼식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많은 하객들이 한 가지 고민에 빠지고 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 정도 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다.

결혼식 참석에는 축의금뿐 아니라 교통비와 숙박비, 의상 구입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혼부부들이 전통적인 웨딩 레지스트리 대신 현금이나 신혼여행 경비 지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면서 하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캘거리 벨트라인 지역에서 만난 시드니 맥도널드는 “결혼식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같은 금액을 내기는 어렵다”며 “보통 100~20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메건 맥케이는 적정 금액으로 250달러를 꼽았고, 세인트존스에서 방문한 패트릭 그리핀은 100달러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반면 페이 비안은 “현금보다 선물을 선호한다”며 “50~100달러 정도가 개인적으로는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많은 캐나다인들이 결혼식 예절과 현실적인 경제 여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하면서 이 같은 계산은 점점 더 일반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2028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로런 두비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신랑·신부와의 친분 정도를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현금 선물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통적인 웨딩 레지스트리는 이제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결혼식 비용도 크게 상승

 

축의금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배경에는 결혼식 자체의 비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웨딩 전문업체 WeddingWire Canada와 The Knot의 2025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평균 비용은 3만~4만 2000달러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거의 모든 비용이 상승하면서 결혼식 예산도 크게 늘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물가는 약 20%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호텔 숙박비가 40% 이상 올랐고 꽃 장식 비용도 약 18% 상승했다.

웨딩 플래닝 업체 Day of Diva Planning & Coordination의 대표 아만다 피게레도는 특히 음식과 음료 비용 상승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그니처 칵테일 가격이 과거에는 10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17달러 수준까지 올랐다”며 “뷔페와 코스요리 간 가격 차이도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축의금을 결혼식 비용과 직접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식사 비용 정도는 부담해 주는 것이 예의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결혼식 비용에는 훨씬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100달러 정도를 기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웨딩 업계 전문가들은 축의금 액수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하객들이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30년 이상 웨딩 업계에 몸담아 온 레노라 킹콧은 축의금은 결국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개인의 경제적 형편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통용돼 온 ‘자신이 먹은 식사 비용만큼은 내야 한다’는 이른바 ‘플레이트 비용 부담’ 개념도 점차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하객 1인당 100달러 정도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신랑·신부와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금액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킹콧은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는 각종 결혼식 예절 정보가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틱톡 등에서 축의금과 관련한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그런 내용들이 어디까지나 제안일 뿐 규칙은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누군가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금 선물이 대세로

 

생활 방식 변화도 축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 후 처음 살림을 꾸리는 부부들이 많아 주방용품이나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웨딩 레지스트리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 전부터 동거하거나 이미 주택을 소유한 커플이 늘어나면서 실용적인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캘거리 도심의 한 루프톱에서 결혼식을 올린 제니퍼 브루스 부부도 하객들에게 물건 대신 신혼여행 기금에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40세인 브루스는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고 남편과 함께 필요한 생활용품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3만 5000달러를 들여 결혼식을 치렀지만 추가로 필요한 물건은 없었다며 “결혼식 자체가 중요했고, 신혼여행 비용 지원은 그저 반가운 보너스 같은 의미였다”고 말했다.

 

문화권 따라 축의 문화도 달라

 

축의금 문화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남아시아계 커뮤니티를 비롯한 일부 문화권에서는 현금 선물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토론토의 이벤트 전문업체 Two14 Events and Accessori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리카 버마는 “돈에는 번영과 풍요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현금을 선물하는 것은 신혼부부의 성공과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업계에서 활동해 온 그는 토론토 지역의 다수 남아시아계 결혼식에서는 여러 행사마다 별도로 현금이 담긴 카드나 봉투를 전달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밴쿠버의 웨딩 전문업체 Shing Weddings 대표 리사 리-트루옹 역시 “아시아계 결혼식에서는 현금 선물이 압도적으로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운을 상징하는 붉은 봉투에 현금을 넣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축의금 액수도 최근 들어 상승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1인당 100달러 정도가 일반적인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50~200달러를 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며 “물론 금액은 신랑·신부와의 관계와 개인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