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앙은행(BOC)이 향후 1년 안에 대규모 모기지 갱신 시기가 도래하면서 일부 가계가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토론토 지역에서는 전체 차주의 약 10%가 모기지 갱신 시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에서 “가계와 기업,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 시스템 일부에서는 취약성이 점차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 환경에서 모기지를 받은 차주들이 지난 1년 동안 더 높은 금리로 갱신을 진행해 왔다”며 “2025년과 2026년 상반기에 많은 모기지 보유자들의 상환액이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이를 감당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득 대비 모기지 규모가 큰 차주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차주는 캐나다 전체 모기지 잔액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2022~2023년 토론토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의 재정 스트레스가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 고위험 차주 연체율 급등

 

중앙은행에 따르면 소득 대비 대출 규모(LTI)가 높은 토론토 지역 차주들의 60일 이상 모기지 연체율은 올해 3월 기준 1.33%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0.78%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이며, 2018~2019년 평균인 0.1%와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향후 1년 동안 팬데믹 시기에 체결된 5년 고정상환 모기지의 마지막 갱신 물량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는 캐나다 전체 모기지의 약 12%를 차지한다.

중앙은행은 이들 차주의 월 상환액이 평균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난 5년 동안의 임금 상승이 대부분 차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소득 증가가 제한적이었던 가구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줄어든 데다 주택 담보가치가 감소하면서 재융자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집값 기준 토론토 차주 9% 재융자 불가”

 

중앙은행은 현재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27년 갱신 시점에 전국적으로 약 4%의 차주가 재융자를 받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광역토론토지역(GTA)에서는 이 비율이 약 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주택 가격이 추가로 10% 더 하락할 경우 재융자가 어려운 차주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약 7%, 토론토 지역은 12%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같은 부담은 높은 생활비와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여건 악화로 식료품과 연료비, 각종 생활필수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부 가구의 경우 비상자금이나 재정적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업률이 상승할 경우 충분한 저축이 없는 가구들은 모기지와 소비자대출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차주들에겐 악순환의 시작”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기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이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GTA 지역 모기지 브로커 론 버틀러는 “실제로 매일 접하고 있는 문제”라며 “우리 업무 현장에서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융자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차주들에게는 이것이 치명적인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 담보가치가 모기지 잔액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아질 경우 추가 자금을 인출할 수 없게 되고,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단도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또한 재융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금융기관의 더 낮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부채를 통합하거나 주택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 역시 막히게 된다.

 

기존 대출기관과 갱신은 가능

 

다만 전문가들은 재융자와 모기지 갱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버틀러는 캐나다에서는 일반적으로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해 온 차주라면 기존 금융기관으로부터 갱신 제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세와 주택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별도의 소득 심사나 재자격 심사 없이 갱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기지 전문 플랫폼 Rates.ca의 부동산·모기지 전문가 빅터 트랜 역시 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재융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집을 잃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대출기관과 단순 갱신을 진행할 경우 감정평가나 소득 확인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일하다가 실직한 한 고객에게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다니기보다 현재 대출기관과 갱신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주가 계속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는 한 고용 상태 변화에 대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 예상되면 미리 금융기관과 상담해야”

 

전문가들은 갱신 이후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재융자 자격 충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차주들은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랜은 “납부 지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예상된다면 금융기관에 먼저 연락해 상환 계획 조정이나 일시적인 납부 유예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버틀러 역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차주의 주택 압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절차인 만큼 가능하면 차주가 집을 유지하도록 돕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차주에게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있다면 금융기관들도 협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집 팔고 임차로 돌아갈까” 고민도 늘어

 

버틀러는 대다수 주택 소유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는 약 10%의 차주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높은 실업률과 주택 가격 하락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일부 차주들은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고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임대료가 오히려 더 저렴하니 집을 정리하고 임차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있다”며 시장의 위험 신호를 지적했다.

캐나다의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가 광범위한 부실 사태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팬데믹 시기 고점에서 주택을 매입한 일부 가구는 이미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몇 년간 거래 감소로 수입이 급감한 한 부동산 중개인의 사례를 소개하며, 해당 고객이 주택을 잃을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틀러는 향후 일부 지역의 집값이 회복될 수는 있지만 시장 전반에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소형 콘도 시장의 경우 가치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일부 소형 콘도가 갑자기 과거 수준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