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불안정한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6월 10일 기준금리를 기존 2.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이미 널리 예상됐던 결과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 상황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를 경기침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역 갈등·중동 분쟁에 경제 불확실성 확대

 

맥클렘 총재는 성명을 통해 올해 1분기 캐나다 경제가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동 분쟁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중앙은행이 지난 4월 전망했던 수준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캐나다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반면 물가는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미국의 무역 압박 등 경제적 역풍에 대응해 성장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맥클렘 총재는 이러한 상반된 압력이 중앙은행을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더욱 둔화될 수 있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높은 물가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러한 위험 간 균형을 맞추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2.8% 상승…“당분간 3% 안팎 유지”

 

캐나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충격의 영향으로 지난 4월 2.8%까지 상승했다.

중앙은행은 향후 수개월 동안 물가 상승률이 3% 수준에서 머문 뒤 점차 하락해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클렘 총재는 현재까지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 급등에 따른 단기적인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물가 압력이 장기적으로 고착되는 조짐이 나타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앙은행이 근원 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여러 지표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맥클렘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기 전에 이러한 흐름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는지를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그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DP 두 분기 연속 감소에도 “침체는 아니다”

 

한편 캐나다 통계청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5년 4분기에 기록한 1.0% 감소에 이은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4월 전망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을 1.5%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크게 밑돌았다.

맥클렘 총재는 예상과의 차이에 대해 정부 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지출은 분기별 변동성이 큰 특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성장률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일반적인 경기침체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맥클렘 총재 역시 현재 상황을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경제는 약하지만 명확한 경기침체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난 1년간 경제와 노동시장에서 일부 변동성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급격한 하락이 아닌 정체 상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는 전체 산업의 절반 이상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 회복 신호…“2분기 반등 가능성”

 

맥클렘 총재는 최근 발표된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인 점을 언급하며 경제가 2분기 들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제활동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 상황을 설명하는 데 경기침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중앙은행, 당분간 관망 기조 유지”

 

알리 자페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을 통해 맥클렘 총재의 발언이 최근 경제 둔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소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고착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자페리는 “경제가 2분기에 반등하더라도 현재처럼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그랜섬, CIBC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객 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결정이 위험 요인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려는 매우 인내심 있는 중앙은행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 올해 후반부터 완만한 경제 회복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CIBC는 2026년에도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