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모기지 상환을 하지 못해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집이 팔릴 수 있다는 소식에 거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에도 세입자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은행이 주택을 넘겨받아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이른바 ‘파워 오브 세일(Power of Sale)’ 상황에서는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의 임대차 관련 법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입자 권리부터 확인해야”

 

DLD 파이낸셜 그룹의 공인재무설계사 켈리 호는 세입자들이 반드시 해당 주의 임대차법(Tenants Act)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주에서 임대계약 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새 집주인이나 은행이 기존 임대계약을 승계해야 하지만,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입자는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선의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임대료 납부 등 계약상 의무를 계속 성실히 이행하고 모든 기록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기지 부담 커지며 관련 문의 증가

 

온타리오주 세입자 권익보호단체 Advocacy Centre for Tenants Ontario의 변호사이자 법률서비스 책임자인 더글러스 콴은 최근 8개월 동안 파워 오브 세일과 관련한 세입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임대료가 하락하는 반면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금리로 모기지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임대용 부동산 소유주들이 재정적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집주인은 주택을 지키기 위해 세입자를 압박하거나, 은행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 세입자의 연락을 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콴은 세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자신의 거주 권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통지서를 받으면 집주인과 상황 확인해야

 

토론토 소재 법무법인 Nava Wilson LLP의 소송 전문 변호사 가티아 마노하란은 주택이 파워 오브 세일 절차에 들어갔다는 통지서를 받으면 우선 집주인과 연락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세입자가 즉시 취해야 할 조치는 많지 않다. 다만 대출기관이 특정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이에 따라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대출기관이 임대료를 집주인이 아닌 자신들에게 직접 납부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세입자가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에서는 은행이 사실상 새 집주인 역할

마노하란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에서 파워 오브 세일 절차가 시작되면 대출기관은 사실상 집주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즉 기존 집주인이 부담하던 모든 법적 책임과 의무를 은행이나 대출기관이 이어받게 된다.

일부 대출기관은 세입자에게 주택을 비워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실제 법적 상황은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임대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주택 소유권이 변경되더라도 세입자는 계속 거주할 권리를 가진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계약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면 퇴거를 강요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택 매각돼도 임대계약 자동 종료 안 돼

 

온타리오주에서는 대출기관이 주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일반 집주인과 동일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임대계약을 종료하려면 최소 60일 전에 통보해야 하며, 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으로 한 달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주택이 매각됐다는 이유만으로 새 소유주가 기존 임대계약을 자동으로 종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집주인 또는 직계가족이 해당 주택에 최소 1년 이상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입주하는 경우에만 임대계약 종료를 요구할 수 있다.

 

BC주는 세입자 보호 범위 달라

 

반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BC주 세입자 자문센터(Tenant Resource and Advisory Centre)의 변호사 로버트 패터슨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은행과 주택 소유자 간의 계약이 세입자의 임대계약보다 우선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이 주택을 대출기관에 반환하라고 명령하면 임대계약은 즉시 종료될 수 있으며, 세입자 역시 해당 명령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BC주의 세입자들은 법적 절차 진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비워야 할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차압 절차는 세입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

 

대출기관은 파워 오브 세일 외에도 차압(Foreclosure)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집주인이 대출금을 연체할 경우 법원에 청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법원이 주택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패터슨은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차압 절차가 세입자 입장에서 가장 불리한 임대계약 종료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관련 소송과 법원 절차를 주의 깊게 살피고 향후 일정과 대응 방안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