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휴전 연장 합의에 세계 증시 급등…유가는 하락
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세계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고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양국이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 원유 공급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15일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장기적인 분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1.9% 상승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동부 시간 15일 오후 1시 32분 기준 705포인트(1.4%)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3% 급등했다.
유가 하락에 투자심리 회복
증시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하락이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3.14달러로 4.8% 하락하며 3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여전히 전쟁 이전인 약 70달러보다는 높지만, 불과 몇 주 전 기록했던 100달러 이상 수준에서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 이후 식료품, 연료, 비료 등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이번 합의를 확인했지만 공식 서명 이후에야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양측이 오는 금요일 스위스에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란 핵 프로그램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추가 협상은 향후 60일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 합의가 흔들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에너지 산업이 완전한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는 일단 안도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항공주·AI주 동반 강세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4.7%, 아메리칸항공은 3.3% 올랐으며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3.6% 상승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AI 관련 주식들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다가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 왔다. AI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랐다는 우려가 시장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9.8%, AMD는 7.2% 상승했다. 엔비디아 역시 3.6% 오르며 S&P 500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스페이스X 시가총액 2조 달러 돌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주목을 받았다.
AI 기업 xAI를 보유한 스페이스X는 나스닥 상장 이틀째를 맞아 주가가 14.2% 급등했다. 성공적인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AI 관련 투자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시장이 평가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조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엑슨모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다.
금리 인상 우려도 완화
채권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금요일 4.48%에서 4.47%로 소폭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고물가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높은 금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AI 산업에 대해 과도한 투자 열기가 형성된 거품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주 새로운 의장 케빈 워시 체제의 출범 이후 첫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을 지명한 이후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높은 물가와 견조한 고용시장 때문에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합의 이후 시장 전망은 다소 바뀌었다. CME그룹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58%로 낮아졌으며, 이는 일주일 전의 71%에서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인수합병 소식에 희비 엇갈려
한편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는 폭스(Fox)가 약 220억 달러 규모의 현금·주식 혼합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0.9% 하락했다.
로쿠 주가는 인수설이 처음 보도된 지난 금요일에 이미 20% 급등한 바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폭스는 로쿠 채널과 이용자 데이터,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의 스트리밍 시청자 기반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폭스 주가는 16.1% 하락했다.
일본·한국 증시도 급등
해외 증시도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는 이날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 중 하나를 기록했다.
모넥스의 다카시 히로키 수석 전략가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감 속에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시장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삼성전자 등 AI 관련 종목의 강세에 힘입어 5.2% 급등하며 일본 증시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영국 FTSE100 지수는 주요 시장 가운데 이례적으로 0.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