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갱신이나 상환 관련, 은퇴 앞둔 캐나다인들 압박 커진다
은퇴를 몇 년 앞둔 시점에 모기지 갱신을 맞는 캐나다인들이 예상치 못한 재정적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재직 중에는 급여 소득을 바탕으로 높은 모기지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지만, 은퇴 후 소득원이 캐나다연금(CPP), 노령연금(OAS), 그리고 개인 저축으로 제한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모기지 갱신을 앞둔 예비 은퇴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뒤늦게 깨닫고 당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기지 갱신과 은퇴 연령 상승, 두 흐름의 충돌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에 따르면 2026년 약 100만 건의 모기지가 갱신 시기를 맞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초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은 경우다. 현재 금리가 2023~2024년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존 계약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상당수 차주들이 월 상환액 증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은 2025년 평균 은퇴 연령이 사상 최고인 65.4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모기지 부채를 안고 은퇴하는 캐나다인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모기지 갱신은 단순한 가계 지출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은퇴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 현재 급여가 아닌 은퇴 후 소득으로 계산해야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부분은 새로운 모기지 상환액을 현재 급여가 아닌 은퇴 후 예상 소득에 맞춰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직 중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는 상환액도 CPP, OAS, 투자자산 인출금에 의존하는 은퇴 생활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갱신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은퇴 후 예산을 작성하고 새로운 월 상환액을 반영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예상 은퇴소득에서 모기지 상환금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아직 급여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일부의 경우에는 은퇴 시기를 몇 년 늦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2. CPP와 OAS 등 기본 소득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은퇴 후 소득을 기준으로 모기지 부담을 평가하려면 우선 실제 은퇴 소득 규모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CPP와 OAS 수령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PP와 OAS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되는 대표적인 보장소득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최대 CPP 수령액을 받는 캐나다인은 많지 않다.
예상했던 연금액과 실제 입금되는 금액 사이의 차이가 연간 수천 달러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수령액을 확인한 뒤 은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3. 상환기간 연장과 원금 축소, 신중한 선택 필요
모기지 상환액이 크게 오를 경우 가장 흔한 대응책은 상환기간(Amortization)을 늘려 월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상환기간을 70대까지 연장하면 당장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은퇴 후 고정소득으로 부채를 갚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반대로 등록되지 않은 투자계좌(non-registered account) 자금이나 일시금 자산을 활용해 대출 원금을 줄인 뒤 갱신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규모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일부 차주는 계약 만기 전 금리와 기간을 재조정하는 ‘블렌드 앤드 익스텐드(blend-and-extend)’ 같은 구조조정 방안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월 상환액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은퇴 계획에 맞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4. 다운사이징도 실제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은퇴 예정자들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겨 모기지를 상환하는 다운사이징을 해결책으로 생각한다.
일부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은 예상만큼 단순하지 않다.
같은 지역 내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경우가 많고, 토지이전세(Land Transfer Tax),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콘도 관리비 등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집을 줄인 뒤 손에 남는 현금이 기대보다 적은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다운사이징 계획을 세웠다가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다운사이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매물 기준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 RRSP·RRIF 인출 시 세금 부담도 고려해야
은퇴 후 높아진 모기지 상환액을 감당하기 위해 RRSP나 RRIF에서 추가 자금을 인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RRSP와 RRIF 인출금은 전액 과세소득으로 간주된다. 인출 규모가 커지면 더 높은 세율 구간에 진입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OAS 환수(Clawback)가 발생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모기지를 유지할 계획이라면 자금 인출 전략과 상환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세소득에 포함되지 않는 TFSA 자금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은퇴 직전 모기지 갱신, 인생 계획의 갈림길
전문가들은 은퇴를 앞둔 시기의 모기지 갱신은 단순히 올해 월 상환액이 얼마나 오르는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는 은퇴 시기와 생활 수준, 자산 인출 전략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은퇴소득의 하한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 급여가 아닌 은퇴 후 소득을 기준으로 새로운 상환액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상환기간 연장, 원금 축소, 다운사이징 등 다양한 선택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준비가 이뤄진다면 모기지 갱신이 은퇴를 몇 년 늦추는 위기가 아니라 계획된 재정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