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했다고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하게 반응했다.

유가는 이란 전쟁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뉴욕증시는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해협 개방으로 페르시아만 원유가 전 세계로 원활히 운송될 수 있게 되면서 휘발유뿐 아니라 물류 전반의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S&P 500 지수는 1.2%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고,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긴 상승 흐름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1100포인트 넘게 급등한 뒤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868포인트(1.8%) 상승 마감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5% 올랐다.

캐나다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S&P/TSX 종합지수는 294.06포인트 상승한 3만 4346.29에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는 3월 말 저점 이후 12%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쟁 속에서도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해협 재개방 소식은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분명한 신호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날 연설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상업용 선박의 해협 통과가 완전히 허용됐다”고 밝히자, 유가는 즉각 급락했다. 레바논에서의 10일간 휴전이 유지되는 동안 해협 개방도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4% 급락해 배럴당 82.59달러에 마감했고, 국제 기준 브렌트유도 9.1% 하락한 90.38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전쟁 이전 수준인 약 70달러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시장의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이후 월가에서는 낙관과 비관이 빠르게 교차하며 증시·채권·유가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돼 왔다. 이번 소식에도 불구하고 해협 통항이 실제로 원활히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매크로 총괄은 “긍정적인 뉴스로 유가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보험사와 선주들이 운항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통항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연료 비용 부담이 큰 기업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7.1% 급등했고, 크루즈 업체 로열 캐리비안은 7.3%, 카니발은 7% 각각 상승했다.

기업 실적도 증시를 지지했다. 2026년 초 실적 발표 시즌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2.5%, 피프스 서드 뱅코프는 1.7% 상승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서 9.7%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2.2%, 독일 DAX 지수는 2.3%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는 해협 개방 발표 이전 거래가 마감되면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8%, 홍콩 항셍지수는 0.9%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기대 속에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4월 16일) 4.32%에서 4.24%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