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대 수준의 연료비 급등의 영향으로 3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4월 20일 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3월 연간 물가 상승률은 2.4%로, 2월(1.8%) 대비 크게 올랐다. 이란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3월 휘발유 가격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이를 제외할 경우 물가 상승률은 2.2%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연료 가격 상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시그널49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페드로 안투네스는 4월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3월뿐 아니라 4월에도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4월 휘발유 가격은 이미 2월 대비 약 30%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3월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4월 들어서도 미국 원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안투네스는 “높은 유가는 먼저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린 뒤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후 경제 전반으로 파급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충격 ‘본격 반영 전’…전환 국면 평가

 

TD Bank Group의 앤드루 헨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을 에너지 가격 충격이 본격 반영되기 전 ‘전환기’로 평가했다.

그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 지표가 3월에는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경기 여유(slack)가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헨식은 “에너지 충격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경제 내 여유가 물가를 눌러왔다”며 “향후 몇 달간 에너지 가격 영향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정책은 ‘관망’ 가능성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 대응은 당분간 신중한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Bank of Canada는 에너지 가격 충격의 지속 기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조정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헨식은 “중앙은행이 휘발유 가격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안투네스 역시 “이번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에 추가 부담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전형적인 에너지 가격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헨식은 유가 충격이 점차 완화되고 경제가 현재 금리 수준에 적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며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시장은 이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투네스는 채권금리 상승과 함께 차입 비용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미 금융비용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충격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물가, 추가 상승 압력 우려

 

3월 식품 물가 상승률은 4%로, 2월(5.4%)보다 둔화됐다.

통계청은 이는 지난해 시행된 한시적 세금 감면 효과가 기저에서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식료품과 외식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투네스는 식품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식품 가격 부담이 완화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추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천연가스 수송 차질이 비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료 생산에는 천연가스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안투네스는 “곡물 생산자와 농가에서 이미 비용 상승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캐나다 역시 비료 생산국이지만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 연동되기 때문에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저소득층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류세 인하 효과는 제한적

 

연방정부가 이날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안투네스는 “리터당 약 10센트 수준의 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 있지만, 글로벌 유가 상승 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전체적인 물가 상승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